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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연습

210813 에너지가 필요한 이유 10대의 에너지를 갖고 싶다. 90나이 먹은 친할머니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젊음을 갖고 싶다고 말했을 때 소름이 끼쳤었는데 내가 그런 형국이다. 30이 넘어 10대의 것을 바라다니 나도 놀랍도록 나이를 많이 먹었다. 에너지를 갖고 싶은 이유가 싸울 상대에 대응하기 위해서, 잘 싸우기 위해서 라서 드는 생각이라 그게 슬프다. 건강하고 예쁜 마음이 아니라 계속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존재하고 그래서 지지 않고 지켜나가기 위해서 지금이 아닌 더 젊은 때의 에너지를 갈구한다는게. 10대 때 싸우고도 더 하지 못해 오히려 참지 못했던 그 화의 에너지와 의지가 왜 다 큰 어른이 되어서 더 갖춰야하는 것이 되었을까. 불의와 타당하지 않음과 가스라이팅과 미투와 등등에 무심하지 않고 쉬이 넘어가지 않고 끝까지 관철하며.. 더보기
2106003 실은 어제 그리고 오늘. 갑자기 일기 요즘은 한 사람 생각 뿐이다. 이미지가 강했던 탓인가. 무슨 운명이나 인연이라도 되는 듯 근거없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닌다. 아무 반응없는 그의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그를 볼 수 있는 문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락날락한다. 하지만 이건 그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눈 앞에 실재하는 현실세계에서 그와 나 사이에 어떤 우주적 연결고리도 작동하지 않는다. 좋아했지만 잊고 있었던 그가 있는 세계를 다시 나의 삶에 소생시키려 그와 조금 멀리 떨어져 불씨를 붙이고 있다. 의지를 내기 이전에 내 몸이 자꾸 말하고 있었다. 자꾸 내가 있는 이 곳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그를 만날 수 없고, 그와 나눌 대화가 없더라도 일단 그가 있는 곳의 10km 반경 이내에 머문다면 지금보다 안정감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 더보기
210503, 평화로운 평산의 낮 바깥 풍경을 한적하고 조용하게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카페를 떠올린다면 이 제격이다. 서점도 아닌데 읽어볼만한 좋은 신간이 카페 안쪽의 작은 책장에 마련되어있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 읽을 책을 가져갔다가 늘 책장에 꽂힌 책등의 제목들에 홀려 한 두 권을 꺼내게 된다. 차분하고 무심한 고양이들이 풍광좋은 테라스에 평화로움을 더해주는데, 오랜만에 만난 아이가 오늘따라 다리에 몸을 스치기를 여러 번이다. 사람도 애정을 갈구할수록 손길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존재라면 좋을텐데, 생각하면서 부비댈수록 손빗질을 해주고 근육이라고 파악되는 부분을 주물럭주물럭 해주었다. 이제 내 차례고, 안고 싶어하는 내 욕구는 나의 무릎에서 어리둥절해하면서 내려가는 행위로 거부당했다. 오늘은 여행 이후의 마음을 정돈하고 싶었다. 실은 .. 더보기
에세이와 소설 6개월간의 나의 컨셉진을 알맹이 가득하게 만들고 싶어서 10일 미뤄 겨우 막바지에 첫 글을 시작했다. 첫 글을 위해 10일의 마음준비와 시간확보가 필요했는데 6개월은 어떻게 매일 쓸 생각이었을까. 일주일에 한 번 연재를 하는 웹툰 작가들은 10컷 이상으로 한 편을 만들어내는데 얼마만의 시간을 필요로 할까 소설을 쓰기로 했다. 매일 에세이라고 할 것도 없는 어눌한 생각들을 가볍게 꺼내는 것은 하루를 위한 10일의 준비시간보다 힘이 들어가는 일인 것 같았다. 귀찮음, 게으름에서 오는 완성도가 떨어진 것들을 방편으로 내놓는 일이 적성이 아닐테다. 처음 쓰는 소설에 알맹이가 있다거나 완성도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분명히 괜찮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가슴 뒷편에서 속닥거리고 있을 것이다. 소설을.. 더보기
- 넘치는 물을 접시는 스스로 담지 못하고 깊은 모양의 접시라도 물의 깊고 넓음을 담았다고 할 수 없다 담고 있던 물을 다시 꺼내 담아줘야하는데 그 어떤 것도 가능케 하는 기술이 없어서 접시는 다른 것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넘쳐버린 물 대신 접시에 장식이나 문구를 새기기 시작하는데 접시 위로 쏟아지는 물은 동시에 담겨있는 물에 스쳐 사라져 그 형체와 내용을 감췄다 접시는 가졌지만 알고 또 모르고 물에 비친 하늘에 감탄하다가 내일을 맞는다 모든 것을 일직선 상의 평면에 놓고 어떤 기대도 권위도 부여하지 않고 해석도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아름다움과 사랑은 도처에 있다 사람이 있어서 머무르고 있거나 미루던 자리에서 너무 쉽게 바라보던 자리에 발자국을 남기고 보지 못했던 다른 시선을 얻는다 보.. 더보기
무색무취 감정에 휘말려버릴 땐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그리 어려워 로봇이 되고 싶었는데 글 한자 꺼내지 못할 정도로 뜻있는 정서가 없을 땐 사는 것이 쓸모가 없는 것 같다. 사랑에 앓기는 커녕 사랑을 보지도 못하니 찾지도 못하고 무색무취라지만 사람에 화를 앓는 것은 변함없다. 목적과 목표는 사치라기보다 그 땅을 이미 떠난지 오래고 내일을 떠올리기보다 지금 따뜻한 햇빛 아래에 있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스스로 풍기는 것은 없어도 풍기는 것들 가운데 기분 좋은 것들은 취하고 싶은 욕심만 남았다. 더보기
톰과제리 뒹구르르 굴러갈거야 앞구르기 한방이면 네 목숨은 순식간에 뚜루루루 제리 바로 너 말야 도망쳐봐야 소용없어 무지무지 큰눈안에 모두잡혀 내가놓은 덫안에서 꼼짝못해 뚜루루루 제리 바로 너 말야 오늘은 어떻게 골려줄까 주인이 떨어뜨린 옷걸이에 치즈를 놓아둘게 갈고리를 당기면 뚜루루루 제리 바로 너의 모습이 궁금해 궁금해 더보기
-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낮게 가라앉은 어둠 속에서 글을 쓰고 있을 당신을 생각해요 다른 장면은 상상할 수 없는 날 당신은 우산도 필요가 없겠지요 따뜻하고 작은 방 낮게 흐르는 음악 속에서 평온함에 잠겨있을 당신을 떠올려요 함께 까먹던 귤 지금까지 내 손은 노란데 당신이 맞잡은 그 손은 여전한가요 나란히 누웠던 기억이 스칠 때면 차가운 벽을 더듬어 당신이 건넸던 마지막말에 도착해요 선명하지 않은 그 날의 기억들이 나의 시간을 살아요 터널을 울리는 소리처럼 더보기
옆에 있는 친구 매일밤 같은 침대 옆에서 자고 자는 내내 바라보고 있는데 아침이 되어도 눈길 한번 안주어 넌 알고 있니 내가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하고 있는 걸 알아 하지만 오늘도 떠올리기를 미뤘지 옆집 친구는 수척해진 몸을 채우려고 배를 갈랐대 안아주지 않아서 닳지도 않아 난 매일 새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야 버림받지 않는다는 걸 알아 하지만 장식품이 되고 싶지 않아 너의 눈보다 까만 내 눈은 어둠에 더 쉽게 휩싸여 너의 것보다 붉은 내 입술은 촉감이 그리워 다리가 9개가 되어도 먼저 다가가지 못할거야 사랑을 하지 않을거면 너의 숨을 내게 불어넣어줘 더보기
알긴 한 발로 흔들리지 않고 설 수 있으면 중심을 잡은 줄 알지 한 눈을 감고도 앞을 바라볼 수 있으면 모두 볼 수 있는 줄 알지 혀를 동그랗게 말 수 있으면 키스를 잘 할 줄 알지 다섯 손가락을 접었다 펼 수 있으면 숫자를 셀 수 있는 줄 알지 뚱뚱하면 많이 먹는 줄 알고 키가 크면 잘 먹는 줄 알지 해가 뜨는 날이면 계속 해가 뜨는 줄 알지 까만 밤을 매일 보면 밤은 까만 줄 알지 공부를 하면 대학에 가는 줄 알고 아침에 출근하면 출근은 아침에 하는 건 줄 알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