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말

에세이와 소설 6개월간의 나의 컨셉진을 알맹이 가득하게 만들고 싶어서 10일 미뤄 겨우 막바지에 첫 글을 시작했다. 첫 글을 위해 10일의 마음준비와 시간확보가 필요했는데 6개월은 어떻게 매일 쓸 생각이었을까. 일주일에 한 번 연재를 하는 웹툰 작가들은 10컷 이상으로 한 편을 만들어내는데 얼마만의 시간을 필요로 할까 소설을 쓰기로 했다. 매일 에세이라고 할 것도 없는 어눌한 생각들을 가볍게 꺼내는 것은 하루를 위한 10일의 준비시간보다 힘이 들어가는 일인 것 같았다. 귀찮음, 게으름에서 오는 완성도가 떨어진 것들을 방편으로 내놓는 일이 적성이 아닐테다. 처음 쓰는 소설에 알맹이가 있다거나 완성도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분명히 괜찮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가슴 뒷편에서 속닥거리고 있을 것이다. 소설을.. 더보기
- 넘치는 물을 접시는 스스로 담지 못하고 깊은 모양의 접시라도 물의 깊고 넓음을 담았다고 할 수 없다 담고 있던 물을 다시 꺼내 담아줘야하는데 그 어떤 것도 가능케 하는 기술이 없어서 접시는 다른 것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넘쳐버린 물 대신 접시에 장식이나 문구를 새기기 시작하는데 접시 위로 쏟아지는 물은 동시에 담겨있는 물에 스쳐 사라져 그 형체와 내용을 감췄다 접시는 가졌지만 알고 또 모르고 물에 비친 하늘에 감탄하다가 내일을 맞는다 모든 것을 일직선 상의 평면에 놓고 어떤 기대도 권위도 부여하지 않고 해석도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아름다움과 사랑은 도처에 있다 사람이 있어서 머무르고 있거나 미루던 자리에서 너무 쉽게 바라보던 자리에 발자국을 남기고 보지 못했던 다른 시선을 얻는다 보.. 더보기
무색무취 감정에 휘말려버릴 땐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그리 어려워 로봇이 되고 싶었는데 글 한자 꺼내지 못할 정도로 뜻있는 정서가 없을 땐 사는 것이 쓸모가 없는 것 같다. 사랑에 앓기는 커녕 사랑을 보지도 못하니 찾지도 못하고 무색무취라지만 사람에 화를 앓는 것은 변함없다. 목적과 목표는 사치라기보다 그 땅을 이미 떠난지 오래고 내일을 떠올리기보다 지금 따뜻한 햇빛 아래에 있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스스로 풍기는 것은 없어도 풍기는 것들 가운데 기분 좋은 것들은 취하고 싶은 욕심만 남았다. 더보기
톰과제리 뒹구르르 굴러갈거야 앞구르기 한방이면 네 목숨은 순식간에 뚜루루루 제리 바로 너 말야 도망쳐봐야 소용없어 무지무지 큰눈안에 모두잡혀 내가놓은 덫안에서 꼼짝못해 뚜루루루 제리 바로 너 말야 오늘은 어떻게 골려줄까 주인이 떨어뜨린 옷걸이에 치즈를 놓아둘게 갈고리를 당기면 뚜루루루 제리 바로 너의 모습이 궁금해 궁금해 더보기
-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낮게 가라앉은 어둠 속에서 글을 쓰고 있을 당신을 생각해요 다른 장면은 상상할 수 없는 날 당신은 우산도 필요가 없겠지요 따뜻하고 작은 방 낮게 흐르는 음악 속에서 평온함에 잠겨있을 당신을 떠올려요 함께 까먹던 귤 지금까지 내 손은 노란데 당신이 맞잡은 그 손은 여전한가요 나란히 누웠던 기억이 스칠 때면 차가운 벽을 더듬어 당신이 건넸던 마지막말에 도착해요 선명하지 않은 그 날의 기억들이 나의 시간을 살아요 터널을 울리는 소리처럼 더보기
옆에 있는 친구 매일밤 같은 침대 옆에서 자고 자는 내내 바라보고 있는데 아침이 되어도 눈길 한번 안주어 넌 알고 있니 내가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하고 있는 걸 알아 하지만 오늘도 떠올리기를 미뤘지 옆집 친구는 수척해진 몸을 채우려고 배를 갈랐대 안아주지 않아서 닳지도 않아 난 매일 새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야 버림받지 않는다는 걸 알아 하지만 장식품이 되고 싶지 않아 너의 눈보다 까만 내 눈은 어둠에 더 쉽게 휩싸여 너의 것보다 붉은 내 입술은 촉감이 그리워 다리가 9개가 되어도 먼저 다가가지 못할거야 사랑을 하지 않을거면 너의 숨을 내게 불어넣어줘 더보기
알긴 한 발로 흔들리지 않고 설 수 있으면 중심을 잡은 줄 알지 한 눈을 감고도 앞을 바라볼 수 있으면 모두 볼 수 있는 줄 알지 혀를 동그랗게 말 수 있으면 키스를 잘 할 줄 알지 다섯 손가락을 접었다 펼 수 있으면 숫자를 셀 수 있는 줄 알지 뚱뚱하면 많이 먹는 줄 알고 키가 크면 잘 먹는 줄 알지 해가 뜨는 날이면 계속 해가 뜨는 줄 알지 까만 밤을 매일 보면 밤은 까만 줄 알지 공부를 하면 대학에 가는 줄 알고 아침에 출근하면 출근은 아침에 하는 건 줄 알지 더보기
누구는 자신이 짐을 꾸리고 사는 줄 알지만 어떤 이들은 버리지 못해 안달나는 짐들에 얹혀 산다 짐을 꾸리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돈을 남들보다 조금 더 벌거나 못벌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투자'하는 사람들일테다. 투자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지만 처음에는 다들 이 투자라는 소비를 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시적인 것을 튀한 투자라면 그것이야말로 투자일 것이다. 짐을 꾸린다는 건 비물질적일 수도 있고 동시에 미래의 골칫거리인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투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짐을 꾸리는 줄 알지만 버리지 못해 안달난 이들은 가난한데 실은 부자다. 가난과 부자 어디에도 물질과 비물질이 껴들어갈 수 있다. 돈을 많이 벌어도 이들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를 한다.. 더보기
글쓰기 반복해온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지루하다 심지어 글쓰기를 지키기 위해 대충쓰는 나날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데 이것 또한 구상을 많이 해야하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니 그것도 걱정이다 아니면 특정 소재를 정하고 시 써보기를 순식간에 해봐도 좋겠다. 친구들랑 한번 해본 적 있었는데 역시 난 순식간에 쓰지 못했다. 글을 쓰면 친구의 숨은 내면이나 놀라운 글솜씨를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땐 너무 자괴감이 들면서 나는 나를 너무 드러내고 산건 아닌가 회의감이 든다. 좋은 글을 많이 잘 써내고 싶다 일기같은거나 에고같은거 말고. 더보기
먹는 삶 끼리끼리 논다고, 혹은 서로 맞춰간다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통한다는 말들 무시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하루 세끼 먹는 일은 사는 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해도 누구에게나 중요한 시간이며 자리다. 다른 것은 같이 해도 식사자리에는 불편한 사람, 친하지 않은 사람과 하는 일을 되도록 피하려 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 피하는 것도 힘든데 하물며 음식은 어떤가. 음식은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선택지가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채식주의자라면 특히나 공동체와 다수를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본이 고기로 설정되어있는 한국사회에서 채식주의자가 느끼는 박탈감을 이해할 수 있는 육식주의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박탈감이라는 것이 여기에 적용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테니까. 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