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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과 실행/오늘

2106003 실은 어제 그리고 오늘. 갑자기 일기

요즘은 한 사람 생각 뿐이다. 이미지가 강했던 탓인가. 무슨 운명이나 인연이라도 되는 듯 근거없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닌다. 아무 반응없는 그의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그를 볼 수 있는 문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락날락한다. 하지만 이건 그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눈 앞에 실재하는 현실세계에서 그와 나 사이에 어떤 우주적 연결고리도 작동하지 않는다. 좋아했지만 잊고 있었던 그가 있는 세계를 다시 나의 삶에 소생시키려 그와 조금 멀리 떨어져 불씨를 붙이고 있다. 의지를 내기 이전에 내 몸이 자꾸 말하고 있었다. 자꾸 내가 있는 이 곳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그를 만날 수 없고, 그와 나눌 대화가 없더라도 일단 그가 있는 곳의 10km 반경 이내에 머문다면 지금보다 안정감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것은 순전히 그가 가까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분명 10km 반경 이내인데도 불구하고 희박할 가능성에 기대를 품을 수도 있겠지만 온전히 나를 위해, 그 지역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이점들로 인해 변화될 나의 생활과 정서 때문이다. 아니다, 나는 조금 더 가까운 설렘을 갖고 살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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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있는 주제가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살아갈 힘이 없다 하더라도 그것은 살아갈 힘을 만들겠다는 무의식의 의지조차 만들 수 있다. 마주해야했던, 빠져있었다는 건 기꺼이 마주해보겠다고 하는 의지이니, 살려고 힘겨워했던 날들이 있었다. 나와 주제를 분간할 수 없이 푹 빠져 심지어 나의 존재의식을 찾았던 그것을 나는 현재 파괴하며 살고 있다. 재고 따질 것도 없이 좋아해 풍요로웠던 때가 있었던가 하면 재고 따지며 깊고 날카롭게 파야하는만큼 마음도 참을 수 없이 괴로워야했던 때도 있었다. 사랑할 대상이 있고 치열함이 가닿을 때의 행복감은 쉬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만든다고 해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지를 발현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마다 스 성향이나 시기, 에너지에 따라 기회는 다르게 오고 '기꺼이'가 아닌 '당연하게' 몸이 던져지고, 이미 던져져 있는 상태에 머물 수 있는 힘이 다른 것 같다. 이것도 '능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긍정적인지는 모르겠다. 운명이든 능력이든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고, 쓸 줄도 모르는 나는 조금 슬프고 무기력하다. 요즘 빠져있다고, 주목하고 있다고 어떤 것을 단숨에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생활적이거나 정서적인 <고민>이 아니라 앞에 무엇이 붙든 <주제>라는 것에서 빠져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사람들과 제대로 얘기할 꺼리가 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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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참을 수 없이 괴로워야했던 - 부분을 쓰면서 문장이 좀 막혔는데, 뜬금 지난날 여행했던 러시아의 풍경과 도시의 정서들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러시아의 풍경을 그리워하며 해석된 정서가 나타났다.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여행지에 대한 그리운 정서가 하나로 통편집되어 떠오르는 것 같다. 좀 더 섬세하게 과거를 돌아다녀보면 결코 러시아의 풍경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괴롭고 외로웠던 기억뿐인데 분명히 좋게 느꼈던 포인트만을 집고 있다. 행복하고 긍정적인 것들만 골라 이렇게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 뽑아 통편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지도 못한다고 누군가 말할지라도 지금보다는 좀 더 풍요로운 행복감 안에서 안락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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