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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말/생각들

에세이와 소설

6개월간의 나의 컨셉진을 알맹이 가득하게 만들고 싶어서 10일 미뤄 겨우 막바지에 첫 글을 시작했다. 첫 글을 위해 10일의 마음준비와 시간확보가 필요했는데 6개월은 어떻게 매일 쓸 생각이었을까.

일주일에 한 번 연재를 하는 웹툰 작가들은 10컷 이상으로 한 편을 만들어내는데 얼마만의 시간을 필요로 할까

소설을 쓰기로 했다. 매일 에세이라고 할 것도 없는 어눌한 생각들을 가볍게 꺼내는 것은 하루를 위한 10일의 준비시간보다 힘이 들어가는 일인 것 같았다. 귀찮음, 게으름에서 오는 완성도가 떨어진 것들을 방편으로 내놓는 일이 적성이 아닐테다. 처음 쓰는 소설에 알맹이가 있다거나 완성도가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분명히 괜찮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가슴 뒷편에서 속닥거리고 있을 것이다.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한번도 써본 적이 없고 시도해 본 적도 없으니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 지 몰라서 생각을 한 뒤 10일은 진작에 지났을 터다. 일단 쓸 내용을 구상하고 캐릭터를 만들어야하는데 이 완벽함이라는 것은 '그냥 시작' 이라든지 '일단 시작'이라는 말을 몰라서, 아니 그보다 그 길을 갈 줄을 몰라서 다른 생각을 한다. 소설쓰기 책 한 권을 읽거나, 인터넷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법>에 대한 찾을 수 있는 거의 모든 한국어로 된 글을 찾아 읽어야지 그래야 쓸 수 있을 것 같아 와 같은.

소설 내용을 정하는 것은 나라는 캐릭터가 나의 이야기를 쓰는 에세이와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자 함정에 빠진 기분이 들었다. 캐릭터부터 다시 정해야 하는 것이다. 나에게 익숙한 일기같은 글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그러면 누구를 인물로 설정할까. 누구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가 아닌 것을 쓸 수 있을까. 오래전에는 바라는 것이 많고 기대가 많아서 상상하는 상황과 대화들이 많았다. 보통 로맨스였는데, 상상은 무한히 깨지고, 기대할 수 없는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오늘 내일을 살면서 쓸 수 있는 것이 에세이밖에 남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건조하고 이성적인 현실에 빗겨 유쾌하게 세상과 사건을 상상할 수 있을까. 소설을 쓰고 웹툰을 쓰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경험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 안에서 이야기를 다르게 만들어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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