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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말/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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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물을 접시는 스스로 담지 못하고 깊은 모양의 접시라도 물의 깊고 넓음을 담았다고 할 수 없다 담고 있던 물을 다시 꺼내 담아줘야하는데 그 어떤 것도 가능케 하는 기술이 없어서 접시는 다른 것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넘쳐버린 물 대신 접시에 장식이나 문구를 새기기 시작하는데 접시 위로 쏟아지는 물은 동시에 담겨있는 물에 스쳐 사라져 그 형체와 내용을 감췄다 접시는 가졌지만 알고 또 모르고 물에 비친 하늘에 감탄하다가 내일을 맞는다 모든 것을 일직선 상의 평면에 놓고 어떤 기대도 권위도 부여하지 않고 해석도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아름다움과 사랑은 도처에 있다 사람이 있어서 머무르고 있거나 미루던 자리에서 너무 쉽게 바라보던 자리에 발자국을 남기고 보지 못했던 다른 시선을 얻는다 보지 않은 것에 공포는 없고 직접 경험할 것은 단지 도마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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