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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말/생각들

누구는 자신이 짐을 꾸리고 사는 줄 알지만 어떤 이들은 버리지 못해 안달나는 짐들에 얹혀 산다 짐을 꾸리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돈을 남들보다 조금 더 벌거나 못벌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투자'하는 사람들일테다. 투자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지만 처음에는 다들 이 투자라는 소비를 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시적인 것을 튀한 투자라면 그것이야말로 투자일 것이다. 짐을 꾸린다는 건 비물질적일 수도 있고 동시에 미래의 골칫거리인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투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짐을 꾸리는 줄 알지만 버리지 못해 안달난 이들은 가난한데 실은 부자다. 가난과 부자 어디에도 물질과 비물질이 껴들어갈 수 있다. 돈을 많이 벌어도 이들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를 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돈, 꿈, 생계, 기억에 대한 미련으로 쌓인 짐들이 소중해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소중한 것들에 짓눌려 무거운 삶을 산다. 심지어 소중한 이런 것들을 자주 꺼내보거나 자주 소비하면 멋없어보이기까지 하는데 이런 짐들만 꺼내어 보관해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 난자냉동처럼. 짐이 많을수록 돈이 많이 들거다. 돈을 많이 들여 보관하면 죽을 때까지 열어보지 않을 수도 있다. 비물질은 현재를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할까. 이 짐들이 지금을 꾸리기 위해서 늘 필요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생각할 수도 바라볼 수도 없게 잊어버리고 산다면. 그렇다고해서 내가 가진 짐들을 쉽게 버릴 수 있을까. 그 가치와 필요는 이 시스템이 생겨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 옳다 저렇다 미니멀리즘처럼 혹은 귀하거나 고리타분한 빈티지 골동품 상점처럼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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