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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말/생각들

먹는 삶

끼리끼리 논다고, 혹은 서로 맞춰간다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통한다는 말들 무시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하루 세끼 먹는 일은 사는 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해도 누구에게나 중요한 시간이며 자리다. 다른 것은 같이 해도 식사자리에는 불편한 사람, 친하지 않은 사람과 하는 일을 되도록 피하려 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 피하는 것도 힘든데 하물며 음식은 어떤가.

음식은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선택지가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채식주의자라면 특히나 공동체와 다수를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본이 고기로 설정되어있는 한국사회에서 채식주의자가 느끼는 박탈감을 이해할 수 있는 육식주의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박탈감이라는 것이 여기에 적용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테니까. 의, 식, 주가 삶의 기본조건이라면 다양한 사람들이 기본적인 삶을 꾸릴 수 있는 다양한 옵션 또한 필요로 한다. 가장 기본적인 학교에서부터. 하지만 편식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단순한 편식으로 치부하며 가정에서부터 채식을 허용하지 않는다. 사실 채식주의는 신념이라는 동기가 내포되어있는 경우여서 '기본조건'의 영역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고기가 기본설정이 된 것에도 이념이나 가치, 자본이라는 배경을 기반으로 식사의 필수적인 메뉴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우리는 인정받거나 선택지를 얻기 위해 아픈 척을 해야한다. 알레르기때문에. 몸이 아파서.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흘러버렸다. 쉽고 허술하게 이렇게 흘러버렸는데 실은 비건 식당이 주목받고 요즘 그 기쁨을 맘껏 누릴 수 있는 한 주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채식주의자 바깥의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으니 그들에게 주목을 받아야 우리가 먹고 사니 권력이란 얼마나 무섭고 유용한가. 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닌데 이렇게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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