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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말

애매한 포지션 운전을 할 때, 자전거를 탈 때 내가 운전대를 잡은 사람으로써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 올 때 매 순간 걱정과 조심스러움에 몸은 가장 긴장한 상태가 되지만 동시에 가장 두려움을 느낄 새 없고 대담해진다. 여기로 갈까 저기로 갈까 망설이다가는 어디든 부딪히기 마련이란 걸 운전을 배울 때 알게 되고, 자전거를 탈 때는 망설이는 보행자를 만날 때 같은 혼돈을 겪어보면서 알기에. 순간적인 판단이 늘 옳기를 바라려면 운전대를 잡지 않을 때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다. 사고를 낼 뻔한 여러번의 순간이 있었는데 내 판단이 옳아서 살아남았던 적은 없었다. 판단이 중요할만큼의 상황을 만나지 않았음에 감사해야하고 실은 대부분이 더 나은 운전자 덕분에 혹은 나 같은 운전자의 운과 내 운이 맞닿아서, 하늘의 판단과 우연의 결합에 별.. 더보기
글쓰기. 지키고 싶은 것. 글쓰기에 얼마마한 에너지가 드는지 잘 알고 있었으면서 매일 글쓰기를 하겠다고 다짐한 건 큰 오산이었다. 생각이나 일기의 경우 큰 것을 쓰라면 네다섯시간은 붙잡고 있어야하고 에세이로 쓰려면 하루는 있어야하고 기획글을 쓰려면 이틀로도 부족한데 처음에는 그보다 더한 나를 벗어난 이야기를 써볼까 생각까지 했더라니 이만큼 살아도 분수를 모른다 하루하루 끝나기 전 지쳐 어떻게든 뭐라도 올리려고 쓰는데 글을 쓰겠다는 마음은 포기한 듯하다. 인증해야한다! 돈을 벌어야한다! 쓴 것이 맘에 들고 안들고 무엇이고 무엇도 아니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졌다. 일상은 바쁘고 그 중에도 글쓰기는 지키고 싶은데 지키고 싶은 것들은 늘 나중에 오히려 지키고 싶은 것들을 꾸역꾸역 하며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을 남기고 지나간다. 오늘도 .. 더보기
오늘은 꼭 글을 써야 해. 나만 아팠으면 좋겠다. 친하지 않은 동생이 싸우다가 묵힌 감정과 어려움으로 울음을 토해버렸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다. 처음으로 포옹을 한 것 같다. 감정이 가득 담긴 음악을 들어도 시적인 단어를 이제는 쓰지 못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고 마음을 나누고 더 나은 곳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게 새삼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여러 이해관계와 각자의 편의로 갈라선 많은 관계를 지나 그래도 아직은 한두 곳 나의 상황과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곳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입을 다물었던가 마음을 혼자 쌓아가고 있었나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해답은 명상과 요가 심리상담 여행 같은 것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정서적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고립되고 입을 다물고나서야 깨닫게.. 더보기
감정이란 참 신기하지 감정이란 참 신기하지. 심장이 멎을만큼 다가온 문장도 시간이 지나면 어쩔 땐 나조차 고개를 갸웃하는 날이 온다는 것. 슬퍼해야할지 다행이라 감사해야할지. 그런 감정을 지금은 느끼지 못한다는 애틋함에 슬퍼진다고나 할까. 그렇게 담아두고 싶었던 그 때의 그 곳의 향기. 냄새와 촉감 느낌 모두 서서히 사라져 지금은 하나도 쥐고 있지않은 것에 대한 향수와 같겠지. -지난 글을 읽다가. 반면에 어떤 내가 쓴 글은 아직도 내 입으로 되뇌이게 하는 말로 남아있네. 더보기
사랑받는 기분 어떤 포인트에서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나요? 사랑받는 기분은 느끼는 것이 중요한가요? 알고보면 내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무리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명 아니라고 하지만 가장 깊고 중요한 부분부터 갉아먹는 표면적인 나의 행동때문에 지키려고 했던 가장 깊은 곳부터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 사랑할 가치가 있는 나를 가장 지켜내기 어려운 건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때문이 아닐까 어제도 나는 똑같은 행동을 해버렸다. 상상은 늘 현실이 되지 않고 앞으로는 절대, 라고 다짐해보지만 내 행복을 위해 참고 노력하고 기다리면 내 인생이 달라질까. 더보기
흡수된 것 놀랍게도 일주일 이상을 긍정긍정 에너지로 보낸 나날들. 일의 특성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정신없이 하루를 가득 채워도 넘치게 채울 수 있는 그릇을 당장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답지 않는 이상한 바이오리듬과 행운의 기운은 다 달았는지 가장 중요한 오늘 나는 나에게 일어날 너무 당연한 일들을 마주하고 말았다. 아침 형편없는 시설에 돈을 받는 가게를 만나고 모진 소리를 한 나부터 시작해 정류장을 지나치고 차를 거꾸로 타고 차를 놓쳤다. 기다리고 기다린 오늘 생겨날 성과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단어를 사용한 탓에 돈과 시간과 힘든 마음을 쓰게 했고 가장 힘들어하는 책임 앞에 선택의 기로에 서야했다. 내가 맡은 일에 충분한 고민을 하고 결정하며 동료들에게 신경쓰이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나는 연.. 더보기
담당 담당 완두콩을 맛있게 잘 먹는 일. 완두콩 하나가 완두콩 하나 옆을 잘 돌보는 일 완두콩 껍질이 완두콩 일곱알을 잘 감싸안는 일 완두콩이 자라야하는 일 숨쉴 수 있는 빈틈을 가질 수 있도록 북을 돋아주는 일 완두콩 꽃이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든든한 물과 볕을 생각하는 일 완두콩 꼬투리가 살찔 수 있도록 알이 튼튼하게 찬 말을 건네는 일 완두콩 키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지할 수 있는 동무를 챙겨주는 일 어려울 때 휘청거리기보다 춤출 수 있도록 잡을 수 있는 다리를 마련해놓는 일 완두콩의 시간 인사를 기꺼이 받는 일 완두콩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일 완두콩이 내일은 같이 걸을 수 없음을 이해하는 일 완두콩 하나가 완두콩 하나 옆을 잘 돌보는 일 완두콩이 혼자를 기르는 힘을 갖는 일 땅이 .. 더보기
여름 그와 함께 보내는 여름이 너무 추워서 덜덜 떨면서 괜히 그에게 짜증을 냈었다. 따뜻한 몸을 가진 그는 추운 여름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사람. 나를 위해 더운 여름으로 함께 피신을 갔다가 온몸에서 뜨거운 피를 흘리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의 커다란 몸은 너무 따뜻해서 내 몸의 계절이 바뀌도록 열계절을 껴안았다. 차가운 몸을 가진 나는 계속 추운 여름으로 가는 그와 살 수 없는 사람. 그를 버리고 떠나 온 여름은 너무 뜨거워서 아무도 없는 추운 여름으로 혼자 뛰어갔다. 그는 오른쪽으로 굽은 새우가 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사람. 나는 새우가 되지 못하고 매일 혼자 새우잠을 잤다. 나는 하늘이 보이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사람. 그의 뒤통수를 보다가 몸을 돌리면 우리는 함께 혼자가 되어 외롭게 잠에 들.. 더보기
여행 사랑하고 싶을 때 남쪽지역의 브라운빛 토양 늘 하늘색이지만 애틋한 소리들이 있는곳이 떠오른다. 향 꽂이 위에서 회빛 재를 떨어뜨리며 피어나는 인센스의 향, 음악, 창문 밖으로 들려오는 사람들과 탈 것들의 소리들이 들려온다면 잠시나마 이 곳이 바로 인도라고 생각해도 좋다. 깊은 산 속에 낯설게 들어선,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인물과 깊은 산 속에 녹아든 사람이 만날 때 흐르는 생경함과 친숙한 공기, 오차가 가득한 채로 가까워지는 무심함을 기억한다. 우리는 더 가까워지고 날 것이 되고 싶어서, 더 낯선 사람들은 오지 않는 이 곳에 살고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공기를 만든다. 아직 우리는 젊다는 믿음따위도 잃어버리고 계속 더 새로운 깊은 산 속을 찾아가는 오늘. 애잔함이 아니라 애정이 끊이지 않도록 산에 가지 않.. 더보기
기획2 미정 어제 보고 싶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우리는 멀리 살아서 내가 서울에 올라오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보는데 최근엔 길어야 일주일을 지내고 내려가서 서로의 시간과 마음이 맞아야 겨우 볼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 올라오면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거의 모든 것들을 처리하거나 경험해야 하는데 친구들을 만나기까지 하려면 저녁까지도 스케쥴이 가득 찼다. 이번에는 몇 일을 도시인처럼 저녁에도 일에 시간을 쏟아붓느라 미리 잡아논 약속을 삼일이나 미루는 몹쓸 사람이 되었다. 약속일이 다가온 날 다른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무리들이 만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약속을 미룬 것에 대한 사죄와 서운함이 몇 번이나 오고 갔기에 망설임없이 더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새로운 약속에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일 친구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