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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연습

누구는 자신이 짐을 꾸리고 사는 줄 알지만 어떤 이들은 버리지 못해 안달나는 짐들에 얹혀 산다 짐을 꾸리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돈을 남들보다 조금 더 벌거나 못벌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투자'하는 사람들일테다. 투자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지만 처음에는 다들 이 투자라는 소비를 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시적인 것을 튀한 투자라면 그것이야말로 투자일 것이다. 짐을 꾸린다는 건 비물질적일 수도 있고 동시에 미래의 골칫거리인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투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짐을 꾸리는 줄 알지만 버리지 못해 안달난 이들은 가난한데 실은 부자다. 가난과 부자 어디에도 물질과 비물질이 껴들어갈 수 있다. 돈을 많이 벌어도 이들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를 한다.. 더보기
글쓰기 반복해온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은 지루하다 심지어 글쓰기를 지키기 위해 대충쓰는 나날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데 이것 또한 구상을 많이 해야하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니 그것도 걱정이다 아니면 특정 소재를 정하고 시 써보기를 순식간에 해봐도 좋겠다. 친구들랑 한번 해본 적 있었는데 역시 난 순식간에 쓰지 못했다. 글을 쓰면 친구의 숨은 내면이나 놀라운 글솜씨를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땐 너무 자괴감이 들면서 나는 나를 너무 드러내고 산건 아닌가 회의감이 든다. 좋은 글을 많이 잘 써내고 싶다 일기같은거나 에고같은거 말고. 더보기
먹는 삶 끼리끼리 논다고, 혹은 서로 맞춰간다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통한다는 말들 무시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하루 세끼 먹는 일은 사는 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해도 누구에게나 중요한 시간이며 자리다. 다른 것은 같이 해도 식사자리에는 불편한 사람, 친하지 않은 사람과 하는 일을 되도록 피하려 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 피하는 것도 힘든데 하물며 음식은 어떤가. 음식은 내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선택지가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채식주의자라면 특히나 공동체와 다수를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본이 고기로 설정되어있는 한국사회에서 채식주의자가 느끼는 박탈감을 이해할 수 있는 육식주의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박탈감이라는 것이 여기에 적용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테니까. 의,.. 더보기
애매한 포지션 운전을 할 때, 자전거를 탈 때 내가 운전대를 잡은 사람으로써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 올 때 매 순간 걱정과 조심스러움에 몸은 가장 긴장한 상태가 되지만 동시에 가장 두려움을 느낄 새 없고 대담해진다. 여기로 갈까 저기로 갈까 망설이다가는 어디든 부딪히기 마련이란 걸 운전을 배울 때 알게 되고, 자전거를 탈 때는 망설이는 보행자를 만날 때 같은 혼돈을 겪어보면서 알기에. 순간적인 판단이 늘 옳기를 바라려면 운전대를 잡지 않을 때 많은 연습이 필요하겠다. 사고를 낼 뻔한 여러번의 순간이 있었는데 내 판단이 옳아서 살아남았던 적은 없었다. 판단이 중요할만큼의 상황을 만나지 않았음에 감사해야하고 실은 대부분이 더 나은 운전자 덕분에 혹은 나 같은 운전자의 운과 내 운이 맞닿아서, 하늘의 판단과 우연의 결합에 별.. 더보기
글쓰기. 지키고 싶은 것. 글쓰기에 얼마마한 에너지가 드는지 잘 알고 있었으면서 매일 글쓰기를 하겠다고 다짐한 건 큰 오산이었다. 생각이나 일기의 경우 큰 것을 쓰라면 네다섯시간은 붙잡고 있어야하고 에세이로 쓰려면 하루는 있어야하고 기획글을 쓰려면 이틀로도 부족한데 처음에는 그보다 더한 나를 벗어난 이야기를 써볼까 생각까지 했더라니 이만큼 살아도 분수를 모른다 하루하루 끝나기 전 지쳐 어떻게든 뭐라도 올리려고 쓰는데 글을 쓰겠다는 마음은 포기한 듯하다. 인증해야한다! 돈을 벌어야한다! 쓴 것이 맘에 들고 안들고 무엇이고 무엇도 아니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졌다. 일상은 바쁘고 그 중에도 글쓰기는 지키고 싶은데 지키고 싶은 것들은 늘 나중에 오히려 지키고 싶은 것들을 꾸역꾸역 하며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을 남기고 지나간다. 오늘도 .. 더보기
오늘은 꼭 글을 써야 해. 나만 아팠으면 좋겠다. 친하지 않은 동생이 싸우다가 묵힌 감정과 어려움으로 울음을 토해버렸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다. 처음으로 포옹을 한 것 같다. 감정이 가득 담긴 음악을 들어도 시적인 단어를 이제는 쓰지 못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고 마음을 나누고 더 나은 곳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게 새삼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여러 이해관계와 각자의 편의로 갈라선 많은 관계를 지나 그래도 아직은 한두 곳 나의 상황과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곳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입을 다물었던가 마음을 혼자 쌓아가고 있었나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해답은 명상과 요가 심리상담 여행 같은 것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정서적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고립되고 입을 다물고나서야 깨닫게.. 더보기
감정이란 참 신기하지 감정이란 참 신기하지. 심장이 멎을만큼 다가온 문장도 시간이 지나면 어쩔 땐 나조차 고개를 갸웃하는 날이 온다는 것. 슬퍼해야할지 다행이라 감사해야할지. 그런 감정을 지금은 느끼지 못한다는 애틋함에 슬퍼진다고나 할까. 그렇게 담아두고 싶었던 그 때의 그 곳의 향기. 냄새와 촉감 느낌 모두 서서히 사라져 지금은 하나도 쥐고 있지않은 것에 대한 향수와 같겠지. -지난 글을 읽다가. 반면에 어떤 내가 쓴 글은 아직도 내 입으로 되뇌이게 하는 말로 남아있네. 더보기
사랑받는 기분 어떤 포인트에서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나요? 사랑받는 기분은 느끼는 것이 중요한가요? 알고보면 내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무리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명 아니라고 하지만 가장 깊고 중요한 부분부터 갉아먹는 표면적인 나의 행동때문에 지키려고 했던 가장 깊은 곳부터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 사랑할 가치가 있는 나를 가장 지켜내기 어려운 건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때문이 아닐까 어제도 나는 똑같은 행동을 해버렸다. 상상은 늘 현실이 되지 않고 앞으로는 절대, 라고 다짐해보지만 내 행복을 위해 참고 노력하고 기다리면 내 인생이 달라질까. 더보기
흡수된 것 놀랍게도 일주일 이상을 긍정긍정 에너지로 보낸 나날들. 일의 특성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정신없이 하루를 가득 채워도 넘치게 채울 수 있는 그릇을 당장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답지 않는 이상한 바이오리듬과 행운의 기운은 다 달았는지 가장 중요한 오늘 나는 나에게 일어날 너무 당연한 일들을 마주하고 말았다. 아침 형편없는 시설에 돈을 받는 가게를 만나고 모진 소리를 한 나부터 시작해 정류장을 지나치고 차를 거꾸로 타고 차를 놓쳤다. 기다리고 기다린 오늘 생겨날 성과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단어를 사용한 탓에 돈과 시간과 힘든 마음을 쓰게 했고 가장 힘들어하는 책임 앞에 선택의 기로에 서야했다. 내가 맡은 일에 충분한 고민을 하고 결정하며 동료들에게 신경쓰이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나는 연.. 더보기
담당 담당 완두콩을 맛있게 잘 먹는 일. 완두콩 하나가 완두콩 하나 옆을 잘 돌보는 일 완두콩 껍질이 완두콩 일곱알을 잘 감싸안는 일 완두콩이 자라야하는 일 숨쉴 수 있는 빈틈을 가질 수 있도록 북을 돋아주는 일 완두콩 꽃이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든든한 물과 볕을 생각하는 일 완두콩 꼬투리가 살찔 수 있도록 알이 튼튼하게 찬 말을 건네는 일 완두콩 키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지할 수 있는 동무를 챙겨주는 일 어려울 때 휘청거리기보다 춤출 수 있도록 잡을 수 있는 다리를 마련해놓는 일 완두콩의 시간 인사를 기꺼이 받는 일 완두콩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일 완두콩이 내일은 같이 걸을 수 없음을 이해하는 일 완두콩 하나가 완두콩 하나 옆을 잘 돌보는 일 완두콩이 혼자를 기르는 힘을 갖는 일 땅이 .. 더보기